5월은 어느 순간부터 싫어졌다._0430
우리 집은 5월 행사가 유독 많다. 부모님은 음력 생일을 쇠다 보니 늘 4월 5월 6월은 정말 가족 행사로 가득 찬다. 예전에는 즐겁게 이 행사들을 계획하고 맞이하였으나, 나이도 먹고, 경제적으로 힘들고, 심신이 취약해진 뒤로는 정말 싫은 계절이다.
나의 5월은 언제나 낭만과 꿈이 가득한 시절이었는데, 가족들 행사에 압박 아닌 압박을 받은 순간부터는 괴로운 계절이다.
나이 사십 대 중반, 홀로 결혼도 못 하고, 건실한 직장 때려치우고 글을 쓰고 있다고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가족들, 티 나지 않게 노력하지만, 인정 못 받는 분위기, 어느샌가 선의도 불신으로 가득 차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 행사에 정말 참여하고 싶지 않다. 친척들도 만나는 게 꺼려진다. 차라리 이웃사촌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자주 찾아봬야 한다고, 매일 전화드리고 한 달에 한 번씩 고향에 내려가고는 했는데, 심신이 지쳐버린 나는 그만 내려가고 싶다. 불편하다. 그냥 안 가고 싶은 게 사실이다.
아버지 약주라도 드신 후에는 분명 내 마음 아픈 얘기 주저리주저리 떠들 게 뻔하기에 가봤자 좋은 일 없기에, 안 가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살아생전에 한 번 더 찾아뵙는 것이 아들 노릇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참 안타까운 마음이다.
나의 현재는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이기에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가족들에게 바라는 것은 그저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기보다는, 또는 못마땅하거나 불신스러운 말투나 눈빛이 참으로 거북스럽다. 그 와중에 내가 죄송하다는 말을 꺼내야 할 때는 참으로 괴롭다.
아무래도 안 가야 할 것 같은데 오늘 중으로 고민을 해보고… 일단, 내가 살고 봐야지 그동안 많은 희생을 했지만, 이제는 좀 지친다. 알아 달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시간이 많이 지났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주었으면 하는 나의 작은 바람이다.
아프다. 아프지만, 늦은 새벽 자야겠다. 오늘도 즐겁게 출근하려면… 잘 자요.
'소우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사를 한 지 벌써 3일이 지났다._20250515 (3) | 2025.05.15 |
---|---|
오늘은 이 집에서 마지막 날이다._20250511 (0) | 2025.05.11 |
선의에 대하여_20250428 (4) | 2025.04.28 |
오늘 나는 동화책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_20250425 (1) | 2025.04.25 |
내 안의 나가 말한다. 멈춰있던 나의 여정이 다시 시작되었다고…_20250421 (0) | 2025.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