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7_설 명절을 보내며
오랜만에 설 명절을 쇠러 내려갔다.
마음 한편으로는 무겁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신나는 설 명절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모님은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젊은 날의 힘겨운 시간들을 현재는 보상받고 있으셨다. 새하얗게 변해버린 머리를 뒤로 하고 따스하고 깨끗한 아파트라는 집에서 영원할 것 같은 젊음을 보내고 노년의 안타까움을 위로받고 계셨다.
비록, 내가 사드린 집은 아니지만 인테리어, 집 고르는 등 나름 신경 써 드린 8년 전 이 집에서 이제는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이 너무나 감사하고 가슴 벅차오른다.
나 때문에 젊은 시절 아파트를 떠나 주택을 사고 재개발이 된다는 뜬소문이 나고, 조금은 더 기다려 제값 주고 떠나오기 전까지 그 주택에서 너무나 춥게 버텨온 세월이 미안할 뿐이다.
물론, 좋은 추억도 많지만, 그 시절 돈 아끼신다고 제대로 고치지 않고 주택을 사버려서, 힘겨운 시절을 여러 해 보내셨다. 내가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손수 수리도 했지만, 세월의 흔적 앞에서는 그저 아무 티도 나지 않았었다.
그때 그 시절,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유는 너무나 어머니께서 고생했기 때문이다. 석유난로를 사용하다 보니 돈 아끼신다고 찬물만 고집하셨다. 그 긴 세월이 참으로 죄송스럽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은퇴 이후에도 여전히 어머니에게 “뭐 먹고 싶다“, ”뭐 해달라“ 하신다. 그런 어머니 아무 말씀없이 아버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신다. 나는 가끔 아버지에게 아버지 손발이 있으니 아버지께서 도와주시든가 직접 하시라고 잔소리를 퍼붓는다.
아마도 내가 자상한 남자가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그들은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고 있어서 너무 좋다. 여전히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가 새벽잠이 깰까 봐 부엌 불을 켜지 않는 채로 부엌일을 하신다. 나는 그냥 불 켜시고 일하시라고 잔소리만 할 뿐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자식이지만 제3자이다. 이제는 본가에서보다 홀로 산 세월이 더 오래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본가를 가면 스트레스와 함께 여러 가지 챙겨야 할 것 그리고 폭풍 잔소리를 달고 산다.
안 그러려고 해도 그렇게 돼버린다. 그래서 본가에 자주 가지 않으려고 한다. 혼자 살아서 외로움은 있지만 누군가에게 강요하지도 강요받지도 않는 좋은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칠순인 부모님께서 여전히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고, 여전히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고, 이제는 그들의 삶을 보상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흡족하고 또 흡족하다.
한편으로는 내 삶이 평탄치 않아 좋은 아들이 되지 못한 점이 항상 가슴에 남는다. 늘 변명은 “좋은 사람을 배우자로 만나기 쉽지 않다”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할 뿐이다. 이제는 그마저도 지쳐서 그냥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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