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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 일기

어느 초여름 퇴근길 저녁에...

by 소우님 2026.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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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여름 퇴근길 저녁에...
글을 매일 쓸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
글이란걸 매일 읽기는 쉽지만 매일 쓰는 것은 불편함이요, 짜증이더라.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싫어진다더니 딱 그 짝이더라.
사실 매일매일 수많은 생각들로 가득 찬 나에게 아무거나 지껄이면서 써 내려가는 일은 퍽이나 쉬운 일이다.
그럼에도 아무거나 써 재끼는 것 역시 내 성미와 맞지 않아, 
그저 어느 정도 정리된 생각을 쓰고는 할 뿐이다.
오늘은 근 반년 동안 기른 머리를 자른 특별한 날(?)이다.
누구를 위해서 하다못해 기부를 할 목적으로 기른 것은 아니다.
그저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일본 영화의 주인공처럼 머리를 기르고 싶었다.
자유롭지만 고집 세고 자기 분야의 확신과 확고함 그리고 노력, 재능을 갖춘
따라쟁이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극 중 남주인공 '아가타 준세이'의 모습에 홀딱 반해 버렸고,
그렇게 작년 늦가을부터 머리를 길렀다. 하지만, 어느새 귀를 덮는 머리카락이 나를 너무나 간지럽혔고
매번 머리숱 때문에 여름이 시작되는 지금 시절에는 땀이 차오른다.
가뜩이나 머리에 열도 많고, 요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에 열이 뻗치는데,
더는 버틸 수 없어서 오늘 기필코 잘라버렸다. 심지어 늘 가던 미용실 원장님 손이 다쳐 목요일쯤에나 여신다고 하니
생판 모르는 미용실을 검색해가 머리를 잘랐다.
젊은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이미 흰머리가 속에 솟아오를 대로 오른 내 머리를 MG스럽게 잘라버렸다.
나는 그냥 시원함에 나쁘지 않을뿐더러 머리를 감기 전까진 좋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면서 머리를 올백 해 보니 꽤 마음에 든다.
젊은 감각이라 그런가 손 떨면서 하나하나 조각하듯 잘라내는 모습이 내 눈에 이 사람은 진정성을 가진 전문가이자
순수함 그 자체라고 느껴졌다.
머리를 자르면서 먼 타지에 올라왔다는 것, 혼자 밥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내가 혹여 심심할까 봐
아재 맞춤형 말동무도 해 주어서 어찌나 귀하고 감사하더라.
덤으로 머리 감을 때는 시원하게 머리 마사지까지, 그저 감사할 뿐이다.
평소 다니던 미용실보다 반절이나 더 비쌌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보니 결국, 오늘 결론은 시원하게 내 돈 플렉스 해보니 머리도 이쁘게 잘 잘려서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행복이 뭐 특별할 게 있는가? 이렇게 작은 소소한 내 삶의 일상이 행복이지
나는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20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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