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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 일기

나의 손이여

by Mr. Sowoo 2025.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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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이여

문득 샤워하다가 마주친 비누칠을 다 한 내 손을 바라보니, 나는 상남자들의 손은 아니다.

기술자들의 손을 보면, 뭉툭하면서 강한 힘이 느껴지는데

나는 그저 짧고 다소 보통 사람보다는 굵은 정도로 크기의 손이며, 그렇다고 아주 크고 굵거나 섬세하게 긴 손가락도 아니다.

그저 동글동글 오밀조밀하지만, 주먹을 쥐면 제법 큰 그런 손이다.

이 손으로 무엇을 먹고 살지 생각해 보면, 천상 그냥 글이나 쓰는 손인가 싶다.

사실 컴퓨터나 전자기기 만지는 게 좋아 기술지원 서비스 파트로 한 것도 사실이고, 대학 시절에는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던 시절도 있었다.

손으로 하는 건 뭐든 자신이 있었다. 손의 감각이 매우 예민해서 옷감 같은 것을 만지면서 이게 좋은지 나쁜지 직감적으로 느껴진다고 할까나.

세밀하게 조정하는 일도 좋아한다. 다소 긴장은 되겠지만 그것을 해내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좋기 때문이다. 그런 내 손을 문득, 바라보니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하는 건 아닌지....

먼저 항상 발에게 미안하다. 두 발로 걷는 순간부터 반백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닌 건 사실이다. 참으로 열심히 살아준 발에게 고맙다. 하지만, 오늘 글의 주인공은 역시나 손이다.

발이 나의 기동력이 되었다면, 손은 나의 눈과 귀가 되었다. 말 그대로 만능 손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던 건, 아마도 이 손이 나의 의지대로 잘 움직여 주었기 때문이다.

단, 한순간도 나의 곁에서 나를 지켜준 고마운 손이다. 외국에 나가 사진 찍으러 갔을 때도 슈퍼독감에 걸려 죽을 것 같은데 살기 위해 미친 듯이 요리해서 꾸역꾸역 입으로 몰아붙인 고마운 손이다.

그러고 보면 곧잘 요리도 잘해, 항상 내 입맛에 맞게 노력해 준 것 같다. 

이제 나의 손이여, 다시 너를 믿고 한 번 더 나아가야 한다. 글로 벌어먹고 살아가기 어렵다는 건 아는데, 그래도 어쩌냐? 나는 이미 선택했는데 이번에도 염치 불고하고 내 손에 믿음을 보낸다. 나를 이 지옥 구렁텅이에서 꺼내달라고 너라는 감사한 손의 힘이 필요하다고,

예전처럼 화려하게 미려한 손끝은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내가 자생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부탁해 본다.

나의 손이여, 나의 꿈이여

가보자, 오늘도 가보자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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