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웅 아재의 일상 그리고 사랑
챕터 1. 지웅의 일상
오늘도 지웅은 아무 소득 없이 집으로 향한다.
마감날임에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 약속도 깨지고, 5월의 푸르름마저 쓸쓸하게 느껴진다. 계절은 무르익었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메말라 있다.
그럼에도 지웅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걷는다. 고개는 숙어져 있지만 발끝엔 작게나마 의지가 담겨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옮긴다.
지웅은 평범한 직장인이 되지 못했다.
마지못해 택한 보험설계사 일이지만, 그마저도 좀처럼 실적이 오르지 않는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이미 오래전부터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지웅의 삶을 떠받치는 건 단 하나의 철학.
“홍익인간 –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자.”
매일 궁리한다.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더 나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잔혹하다. 몇 년 전, 꽤 건실한 회사를 다니며 모은 돈은 한순간의 투기로 날아가버렸다. 가족의 돈까지 말아먹은 탓에, 신뢰는 바닥을 넘어 마이너스로 향했다. 수중에 남은 건 빚과 후회뿐이다.
그럼에도 지웅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는다.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힘. 그리고 꼼꼼함.
그런 성향이 때로는 완벽주의로 비춰져 걸림돌이 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도움이 되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이라 믿고 보험 영업을 계속하지만, 성과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무기력한 하루 속에서도 그는 틈틈이 사람들을 돕는다.
그 일이 유일한 위안이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
지웅의 하루는 이른 새벽 5시에 시작된다.
눈을 뜨고 나면 30분쯤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그날의 날씨와 할 일을 확인하고, 집안의 모든 창문을 열어 복을 부른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 물 한 잔을 마시며 양치를 한다. 그러고는 베란다에 서서 북한산을 바라본다.
“오늘도 살아보자.”
상쾌한 아침을 시작한 그는 출근 후 회사 앞에서 국민체조를 하고, 짧은 조회를 듣는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지웅은 점심을 먹지 않는다. 11시가 되면 사무실을 나와 서울 구경을 나선다.
누군가와 약속이 있어도, 없어도. 발걸음은 서울 곳곳으로 향한다.
20년째 살고 있는 서울.
아직 가보지 못한 장소들이 수두룩하다.
때로는 운 좋게 명함을 건네는 인연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단지 골목 하나에도 감탄하며 입꼬리를 올리곤 한다.
운전을 좋아하지만, 오늘도 그는 도보와 지하철, 버스를 번갈아 타며 서울을 걷는다.
가끔은 맛집을 찾기도 한다. 왜 그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이 생활도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영업에 매진할 때다.
요즘의 고민은 늘 같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재미를 느끼며 일할 수 있을까?”
지웅은 개미보다는 베짱이에 가깝다.
그렇다고 게으른 건 아니다.
다만, 재미없는 일엔 도무지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은 그를 병들게 한다.
기면증처럼 졸음이 쏟아지고, 아무 전조 없이 몸이 아파온다.
하지만 반복을 끊고 새로운 자극이 생기면, 거짓말처럼 모든 증상이 사라진다.
그의 바람은 단순하다.
“나를 제대로 써줄 사람, 그런 대표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능력자는 넘쳐나고, 지웅은 지방대 출신에 경력 관리도 엉망인 전직 기획실 실장일 뿐이다.
더 큰 단점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마음속의 소리가 결국 터져나온다.
그 때문에 여러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젊을 땐 실력으로 버텼지만, 지금은 그마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믿는다.
자신을 써줄 누군가가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고.
지금의 작은 낙이라면, 조용한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것.
전자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는 시간.
사람이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한다.
젊은 날엔 북적이는 분위기를 즐겼지만,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다.
지웅의 일상은 반복되지만, 그 속엔 매일 다른 풍경이 있다.
그의 하루는 서울을 걷는 발걸음으로 기록된다.
지금도 그는 여전히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로맨티스트다.
어쩌면, 다음 페이지에선 또 다른 인연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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