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에 대하여
쓰임에 대하여_20250205
오늘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유시민 작가님 말씀 중 '사람은 잠시 쓰이는 존재' 이 말에 울림이 있었다. 참 존경하고 통찰력이 어마어마하신 분인데 자주 곧잘 희대의 명언을 남기신다.
나는 그런 면에서 나의 존재는 쓰임을 다하였는가? 깊은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아직 쓰이지 않았는데 언제 쓰일 수 있으려나? 역사적으로 유명한 강감찬 장군처럼 더 나이 들어 쓰임이 생기는 걸까? 이제 반백 살에 가까워졌는데, 나의 능력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는 어떤 쓰임에 적합한지?, 좀처럼 답을 못 내는 아쉬운 현실이다.
내 쓰임에 대해, 즉, 나의 실존 가치이자 소명 의식은 무엇인가? 매일 궁구하던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사람의 미래를 미리 내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한 편으로는 그러면 너무 재미가 없지 않나 싶다. 마치 게임 공략집을 가지고 게임을 공략하면 순수하게 알고 싶은 욕망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그렇다 해도 안타깝고 아쉬운 인생이다. 그래서 그런지 또 점술이나 타로점을 보는가 보다. 그런데 이런 것도 때가 있나 보다.
지금은 그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중요한 것 같다. 멀리 가고 싶은데 아직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현실에서 나는 이상만 좇는 허무맹랑한 베짱이인가 싶어, 그렇게 개미들이 부럽다. 차라리 열심히 일이라도 했더라면, 아쉬움이 없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렇다고 해서 또 노력하지 않은 삶이긴 한데, 누군가에게 너 지금까지 뭐 했니 하면 무엇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참 비참하고 통탄할 일이다. 반백 살인데 이렇다 할 잘하거나 잘했거나 잘하려고 하나 없다는 현실이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내 인생을 아직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깐.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묵묵하게 앞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는 것뿐, 남에게 으스대고 싶거나 자랑하고 싶거나 하는 건 이미 내려놓은 지 오래되었다. 그저 내 갈 길이나 묵묵히 갔으면 좋겠다.
이제 와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가던 길 가다 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하겠지 깊고 울퉁불퉁 험준한 길이지만 언젠가는 저 너머 깊은 산골 물 맑고 공기 좋은 목적지에 이르겠지. 여전히 이상향을 쫓는 아집 덩어리지만 그럼에도 가야 한다. 내가 온전히 갈 수 있기를 바라며.